눈을 크게 뜨고 <재미동포전국연합회>의 실체를 바로 봅시다.
<재미동포중남부지역연합회>는 지난 10월 31일, 시카고에서 문동환 목사를 강사로 모시고 <인류평화를 위한 한민족의 사명>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회를 가졌다. 강연회는 성공적으로 잘 치러졌다고 한다. 이 강연회가 개최되기 전에 강연회를 비난하는 전면광고 2편이 시카고 판 중앙일보와 한국일보에 났다. 하나는 민주평통자문회의 시카고협의회에서 낸 광고인데 제목은 <문동환의 “인류평화를 위한 한민족 사명” 강연회는 평양에 가서 하라>는 것이고, 다음으로 재향군인회, 미주서부지회와 미중서부 이북도민회연합회, 등 14개 단체가 연서하여 낸 전면광고로 그 제목은 <눈을 크게 뜨고 종북단체의 실체를 바로 봅시다.>라는 것이다.
평통 시카고협의회는 광고문에서 문동환 목사를 초청하여 강연회를 갖는 <재미동포중남부지역연합회>를 “대를 이어 김정은 대장의 자랑스러운 전사로서 앞만 보고 북한에 충성하겠다는 각오”를 가진 단체로 묘사하고 있다. 재향군인회를 포함한 14개 단체가 연서하여 낸 광고에는 강사 문동환 목사를 “반민족적, 반종교적 꼭두각시”로 묘사하고 있으며 <재미동포중남부지역연합회>를 시카고 동포사회에서 “흙탕물을 튕기는 불한당들”로 규정하고 “고통받는 동족을 등지고 핵무장으로 세계평화를 위협하고 반민족적, 반공화국적, 반시대적 3대 세습으로 민족을 부끄럽게 하고 조국을 위태롭게 하는 말세적인 행동을 찬양하며 동포를 기만하는 행위”를 하는 조직으로 보고 이러한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언급하고 있다.
우선 나는 이러한 광고문을 읽으면서 내가 마치 사상, 언론, 출판 ,결사의 자유도 없던 박정희 군사정권하에 살던 때가 생각났다. 평통 시카고협의회를 비롯하여 이들 시카고의 15개 단체 대표들은 마치 미국사회가 그들이 떠나오기 전 유신정권하의 한국군사독재사회와 흡사하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지금 사상, 언론, 출판, 결사의 자유가 허용되고 있는 미국사회에 살고 있다. 여기 미국사회에는 <국가보안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 미국은 사회당과 녹색당, 심지어 공산당도 허용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사회이다. 물론 그 영향력은 약하지만 그들이 모두 합법적인 정당들이다. 1977년 카터대통령 이후부터 이북을 방문하는 것도 불법이 아니다.
나는 1975년부터 1981년까지 시카고 남단의 하이드팍에 5년간 살면서 시카고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이수하며 맑스주의 강좌도 들었고 시카고대학 도서관에서 이북에 대한 책들도 자유스럽게 읽을 수 있었다. 나는 교회협의회의 미국인들과 유신군사독재에 반대하는 시위도 쉐리단에 위치한 한국영사관 앞에서 자주 벌렸다. 사상과 집회의 자유가 허용되는 곳이 미국사회이다. 우리가 미국에 살면서도 스스로 소아병적으로 <국가보안법>에 얽매어 살 필요가 없다.
나는 1983년부터 엘에이 코리아타운에 위치한 나성제일유니테리안 교회의 부목사로 일하면서 매주 수요일이면 우리 교회의 스탭들과 교인들로 구성된 사회정의구현회 회원들과 함께 연방정부 청사 앞에 나가 시위를 하였다. 그 당시 미국이 니카라구아에 간섭하며 소모사정권을 지원하던 때라 <미국은 니카라구아에서 손을 떼라!>는 구호도 외쳤고, <미국은 큐바를 인정하고 적대시정책을 포기하라!>, 등 그 때 그 때 구호를 달리하며 미국의 제국주의정책을 비판하는 시위를 하였다. 그렇다고 우리를 니카라구아나 큐바로 보내자고 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그러한 시위는 니카라구아나 큐바에 가서 하라고 하는 사람들도 없엇다.
참으로 이상한 것은 이번 강연회를 비롯하여 시카고에서 개최된 강연회들을 뉴욕이나 엘에이에서는 하지 않는데 시카고에서만 개최되는 것으로 시카고의 15개 단체의 대표들이 착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엘에이에서는 너무나 자주 중요한 통일강연회들과 통일 심포지엄, 통일 토론회가 많이 있어 이번 시카고에서 개최된 강연회 같은 것은 아무런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 동안 엘에이에서는 임동원 전 통일원장관, 도종환 시인, 이재정 전 국회의원, 문정인 연세대교수,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김상근 전 평통부의장, 현 6.15남측위원회 삼임대표 외에 국내의 학자들, 정치인들이 미국을 방문할 경우 6.15재미서부위원회 주최로 강연회와 심포지엄을 여러 차례 가졌고 6.15재미서부지역위원회 주최로 거의 매달 <토론방>을 갖고 있다. 지난 10월20일, 토론방에서도 <황장엽의 사상과 그의 생애와 그의 망명에 대한 문제점, 등>에 대해 토론을 벌렸다. 최근에는 역사학회의 주최로 200여명의 동포들과 일본인들이 모여 과거 일제의 만행을 비판하고 미래에 한국과 일본이 어떻게 과거청산을 하고 올바른 미래를 함께 긍정적으로 개척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를 토론하였다.
그런데 엘에이에서는 위에 언급한 많은 통일강연회와 세미나, 포럼, 토론방, 역사 강연회, 등을 가져도 엘에이 평통과 재향군인회, 이북5도민회를 비롯하여 보수적인 단체들이 그때 마다 신문에 전면 광고를 내는 일이 없었다고 기억된다. 오히려 그 단체들의 임원들도 강연회에 가끔 참석하여 토론을 벌리는 것을 본적이 있다. 반대하고 싶으면 강연회에 직접 참석하여 자기의 의견을 합리적으로 발표하여 대중들을 설득하면 될 것이다. 강연도 하기 전에 주최자들을 <종북>이라고 낙인을 찍고 <불한당들>로 모는 것은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아마 시카고에서는 이러한 통일강연회가 자주 열리지 않으니까 생소하여 동포보수단체들이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그러나 눈을 들어 크게 뜨고 다른 동포사회를 보라. 눈을 크게 뜨고 국내가 어떻게 변했는지도 자세히 관찰해 보라. 천안함사건이 터진 후 반북무드가 한창이던 때에도 6.2지방선거를 심판한 국내의 시민들의 높은 정치의식을 부러워하라. 재미동포전국연합회가 어떤 단체인지도 눈을 크게 뜨고 바로 보라.
재미동포전국연합회는 미국에 정식 등록한 합법적인 비영리단체이다. 우리가 하는 일이 어떤 미국법에 어긋난 것이 있었던가? 코리안들이라면 분단된 조국의 통일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 아닌가? 재미동포전국연합회가 그 동안 결성되어 지난 10여 년간 이산가족상봉을 비롯한 북과의 교류협력사업을 해온 것은 인도적인 차원에서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지 비난 받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분단된 조국을 통일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올바로 알아야 하기 때문에 북에 대한 바른 인식을 주기 위하여 토론회도 갖고 강연회도 갖고 논문도 발표한 것은 미국의 사상, 언론, 출판, 결사의 법에 어긋나지 않는 것이었다. 우리가 사상, 출판, 결사의 자유가 허용되는 미국사회에서 어떤 강연회를 갔던지, 어떤 모임을 갖던지 자유이다. 우리가 언제 평통이나 재향군인회에서 어떤 강연회를 갔던 그것에 대해 간섭한 일이 있었는가?
재미동포전국연합회가 그 동안 많은 활동을 해왔지만 동포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왔지 “흙탕을 튕기는 불한당”의 일을 한 적이 없다. 재미동포전국연합회가 이산가족사업을 비롯하여 이북을 올바로 이해시키기 위한 사업, 등 여러 활동을 해왔지만 이북에 무조건 복종하는 <종북단체>로써 활동한 적이 없다. 그것은 이북이 바라는 바도 아니었다. 우리 재미동포전국연합회는 미국 실정에 맞게 우리가 알아서 미국법에 어긋나지 않도록 활동해 왔다. 우리 재미동포전국연합회는 조직적으로 한 번도 이북을 “찬양하며 동포를 기만하는 행위”를 한 적이 없다.
재미동포전국연합회는 하나의 조직으로써 여러 회원들이 가입해 있다. 그 중에는 학자들도 있고 종교인들도 있고, 상인들도 있고 직장인들, 학생들도 있다. 개별적으로 이북을 방문하고 돌아와 기행문을 써서 이북을 소개하는 분들도 있고 또한 이북의 여러 현실을 연구하여 심도 있게 이북의 사회 이모저모를 소개하는 나 같은 학자들도 있다. 이들 개별적 학자들과 개인 회원들이 발표하는 이북에 대한 글 내용이 전체 재미동포전국연합회의 주장이라고 볼 수 없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의견일 뿐이다. 평통에도 다양한 의견을 가진 학자들이 있으며 다른 소리를 내고 있으나 그것이 평통조직의 의견이 아닌 것과 같다. 지난 엘에이 평통은 내가 3번이나 안내하여 이북을 방문하여 이북학자들과 평화통일에 대한 대화를 하였다. 그들은 재미동포전국연합회를 존중해주었고 우리들이 하는 일을 반대하지 않았다. 그들은 지금 시카고 평통과 사뭇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재미동포전국연합회의 목적은 우리의 강령에 잘 나타나 있다. 아직 힘이 없어 우리조직이 동포들의 권익을 옹호하는 일에 앞장서지 못하고 있으나 조직이 강대해지면 이 일이 우선적인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비록 미국에 살고 있지만 우리 언어와 문화를 신장시켜 코리안으로서의 아이덴터티를 잃지 말자는 것이 두 번째 강령이다. 그리고 재미동포들이 다문화 속에 살면서 다른 민족과 유대를 신장시켜 우리 남북코리아를 그들에게 잘 알리는 외교관 노릇을 하자는 것이 세 번째 강령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든 코리안들이라면 분단된 조국을 어서 속히 통일시키기 위하여 모두 관심을 갖고 조국통일에 힘쓰자는 것이 네 번째 강령이다. 우리 조직은 그 강령에 찬성하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다. 우리 재미동포전국연합회의 강령이 미국법에 어긋나는 것이 있는가?
그리고 문동한 목사는 한신대에서 오래 동안 교수를 한 학자였고 평민당 소속의 국회의원으로서 한국의 민주화와 조국통일에 많은 기여를 한 분이다. 그런 분을 “반민족적이고 반종교적 꼭두각시”로 보는 단체들은 도대체 어떤 단체들인가?
평통 시카고협의회를 비롯한 15개 단체들은 눈을 크게 뜨고 자신들을 돌아보고 미국사회를 자세히 관찰하고 그 속에서 합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재미동포전국연합회가 과연 어떤 단체인지, 그 실체를 바로 보고 바로 비판하기 바란다. 그리고 문동환 박사를 비롯한 애국인사들이 그동안 미국에서 어떤 활동을 해왔으며 어떤 인물들인지 그들의 실체를 올바로 보고 바로 비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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